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애니메이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지만, 인터넷의 보급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속도도 56K 모뎀 속도에 불과하던 시절엔 TV나 잡지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애니메이션 잡지 중 대표적인 것이 '뉴타입' 이었다.
뉴타입은 본래 카도카와 서점이 1985년 3월부터 발간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잡지였으나, 한국에서도 대원씨아이를 통해 1999년 7월호를 시작으로 발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발간되지 않고 있다. 한국판 뉴타입은 2015년 6월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재개 소식이 없는 걸로 보아 사실상 폐간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필자가 뉴타입이라는 잡지를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만화 채널같은 곳에서 광고 영상을 봤을 때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별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2005년 9월, 투니버스에서 '개구리 중사 케로로' 가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 나는 뉴타입 2005년 9월호에 케로로 특집 기사가 실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케로로에 크게 심취해있던 나는, 뉴타입 해당 호를 서점에서 구입하였다. 그리고 2006년 1월호까지 연속으로 구입하게 된다.
당시에 구입했던 뉴타입 잡지들은 집이 한 번 이사를 거친 뒤에 소실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중고 서적 사이트에서 재구입을 하는 것으로 벌충할 수 밖에 없었다. 굳이 재구입을 한 이유는, 잡지 내 케로로 관련 기사들을 '케로로 포럼' 에 업로드하여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뉴타입, 특히 '뉴타입 한국판' 의 희소 가치는 특정 만화에 관련된 기사 뿐만 아니라, 국내 만화 채널의 편성 정보 등 당시의 애니메이션 업계 동향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투니버스 과거 편성표를 수집하고 있으나, 투니버스 공식 홈페이지는 여러 번 이전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과거 편성 정보를 남겨놓지도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Internet Archive 같은 아카이브 사이트나 누리꾼들이 과거에 스크랩해 둔 것을 많이 참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눈 씻고 찾아봐도 2008년과 2009년 대부분의 투니버스 편성표는 도저히 확보할 수가 없었다. 사실상 인터넷 상에서 소실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상에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잡지 같은 데에는 남아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이 '뉴타입 한국판' 이다. '뉴타입에 편성표가 남겨져 있으면, 그걸 어떻게든 발췌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필자의 잔머리가 돌아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뉴타입 과월호(過月號)를 구하기엔 자금이 넉넉치도 않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편성 정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애당초 만화 채널의 과거 편성 정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뉴타입 과월호가 ebook으로 출시되었다면 시도라도 해보겠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참으로 애석하다.
뉴타입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월호 잡지들은, 내용을 보고 싶어도 정작 중고 서적으로 구하기 힘든 경우가 상당수일 것이다.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으면 그나마 열람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렇게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 잡지와, 잡지에 적힌 수많은 활자들은, 읽어주는 사람없이 외롭게 마모(磨耗)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