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XBOX360을 보고 느낀 세월

'콘솔 게임' 이라는 것이 있다. 컴퓨터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닌, 셋톱박스처럼 전용 기계가 있고 거기서만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다. 필자도 과거에나 지금이나 콘솔 게임기를 가지고 있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 같은 현 세대의 콘솔 게임기가 아닌, 'XBOX360' 이라는 약 10년 전에나 유행했던 콘솔이다. 켜지 않은지도 10년은 넘은 것 같다. 먼지 쌓인채로 두었으니 지금 켜도 제대로 작동될지는 의문이다.

XBOX360 이전에는, 플레이스테이션2와 닌텐도DS를 소유한 적이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닌텐도DS 구입 때 팔아먹었고, 닌텐도DS는 게임기와 게임팩 몇 개만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고보니 DS도 안 켠지 좀 오래되었다.

지금은 별로 콘솔 게임기에 대한 감흥이 없다. 구입하면 방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되니 괜히 공간만 부족해질까봐 걱정도 되고, 또 몇 만원 수준이 아닌 몇 십만원대의 고가 물품인데 괜히 구입해놓고 애물단지가 돼버리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또한 예전과 달리 진득하게 플레이할 시간이 많지도 않다. 어렸을때는 세상만사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럴 시기는 지난 것 같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어느새 2023년도 이제 3달 밖에 안 남았다. 올해에 내가 얻은 소득은... 아쉽게도 떠오르는 게 없다. 적자 인생인 것이다.

몇 십만원 짜리 물건을 덜컥 구입하는 건 지금도 꺼림칙한 일인데, 그때는 왜 그리 쉽게 부모님을 조를 수 있었을까. 필자가 XBOX360이라는 콘솔 게임기를 처음 알게 됐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건 2008년이었을 거다. 당시에 나는 아프리카TV를 자주 보았다. 지금은 거의 없지만, 당시에는 아프리카TV에도 게임 스트리밍을 하는 스트리머들이 많았다. 그 중에 한 인기 스트리머가 '로스트오디세이'를 하는 것을 보았다. RPG 게임인데, 당시엔 이례적으로 한국어 더빙이 이루어진 게임이었다.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졸랐고, 닌텐도DS 게임팩 몇 개를 가지고 게임샵에 갔다. 그리고 게임팩을 매각한 것과 돈을 조금 보태서 'XBOX360 아케이드' 버전을 구입하였다. 당시에 기본 사양이었던 20GB 짜리 하드 버전은 돈이 부족해서 구입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 약간 저가(低價)인 아케이드 버전이 출시되어서 겨우 구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손에 넣은 XBOX360으로, 나는 위에서 말한 로스트오디세이 뿐 아니라 데드라이징, 뷰티풀 괴혼, 비바 피냐타, GTA4, 세인츠로우2 등 여러 게임을 플레이하였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나는 XBOX360을 켜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행히 XBOX360 게임 CD들은 팔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선반 한 구석에 고이 쌓여있다. XBOX360의 무선 패드도 그 옆에 먼지 묻은 채로 있다. 매번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는 게 귀찮아서 차지킷도 구입해놓았는데, 이걸 컴퓨터의 조이패드로 활용하려면 또 리시버를 구입해야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리시버를 구하는 건 2023년 하반기 기준으로 많이 힘들어졌다. 국내에서 파는 물건이 없어서 거의 무조건 해외 구매대행을 해야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XBOX360이 사람들에게 잊혀져서 그런가.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어느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세월이 야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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