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칼럼 두번째 시간이 찾아왔다. 이번에 다룰 소재는... 뭐니뭐니해도 내 닉네임과 관련된 식물 '개망초' 를 다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망초'는 이 땅, 한반도에서 자생하던 식물이 아니었다. 구한말 철도 건설 당시, 수입한 철도 침목에 개망초의 씨앗인지 열매인지가 끼어 들어오면서, 비로소 개망초는... 아니지. 개망초뿐만 아니라 망초, 실망초 등 이른바 '망초 시리즈' 들이 그렇게 한반도에 정착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망초 시리즈' 들이 들어온 무렵은 한민족의 암울했던 시기였다. 구한말은 나라가 기울어 가던 시기였고, 사람들은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 나타난 꽃들에게 호의적일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망초 시리즈는 나라를 망하게 한 풀이란 의미의 '망국초' '왜풀' 등으로 애써 깎아내리기 바빴고, 그러한 이름은 '조선식물명휘' '조선식물향명집' 등의 식물명 목록집에 등재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망초는 그러한 처우에도 내색하지 않는 것처럼 온 들판에, 온 동산에, 심지어는 도시의 콘크리트 사이에도 비집고 들어가서 피기도 한다. 내가 10년 전, 개망초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것도 개망초의 이러한 점을 눈여겨 보았기 때문이다. 개망초는 피어나는 곳을 잘 가리지 않는 성질이 있는데, 나 또한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별 탈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닉네임을 개망초로 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순탄치 않다. 개망초처럼 아무런 근심 없이 편하게 살아가려고 했는데, 2023년의 현실은 너무나도 신경쓸게 많고, 답답한 것들 투성이다. 당장 기존 칼럼에서 다루었던 티스토리 문제부터 시작해서, 오프라인 적으로는 취업 문제 등이 있다. 어디서 무엇을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나는 변변찮은 전공도 없다. 그저 어렸을때부터 심취해온 컴퓨터 기술뿐이다. 아니, 기술이라 부르기에도 적절치 않다. 그냥 잔머리다. 한글패치 만드는 것도 사람들이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서 누가 좀 대신 만들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안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눈치만 있으면 정보 찾아가면서 누구든지 만들 수 있다. 내가 기존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글들은... 안타깝지만 시간만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나만이 고유하게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상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망초칼럼 또한, 어떻게 하면 뻔한 문장을 1000자까지 길게 늘어뜨릴 수 있는가라는 스킬의 단련은 될 지언정, 읽는 이에게 무언가 새로운 정보를 전달한다든가 그런 신선한 도움은 되지 못 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시간이 하루하루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2023년 전반기는 어느새 훌쩍 지났고, 여름도 지났고, 이젠 가을이다. 개망초는 가을에 발아를 하고, 겨울을 근생엽 체제로 보낸 뒤, 봄에 줄기를 뻗고, 여름에 꽃을 피운 뒤, 다시 가을에 열매를 남기고 죽는다. 열매는 바람에 날려 땅 속에 들어간 뒤 씨앗 역할이 되어 다시 발아를 한다. 그렇게 개망초는 피고 진다. 나는 아직 피어나지도 못 한것 같은데, 벌써 지게 생겼다. 누구를 붙잡고 어찌하면 되겠느냐 물어봐도 아무도 정답을 모르고,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