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 앞에서 블로그 운영자는 철저한 '을'이다

이글루스가 서비스를 종료한 지도 어느새 3개월이 흘렀다. 필자 또한 별로 사용은 하지 않았지만, 이글루스 블로그가 있었다. 내가 직접 가입해서 만든 것은 아니고, 과거에 엠파스라는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가 있었는데 그곳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블로그를 이글루스로 이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나의 블로그스팟은 겉으로는 티스토리 블로그의 후신을 자처하고 있으나, 사실 족보로 따지면 이글루스 블로그 쪽의 후신이라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가 올해 6월이었고, 나의 블로그스팟 개설이 7월이니까 시기적으로 봐도 적절하다.

다만 블로그를 2개나 신경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참으로 피곤하다. 박카스를 달고 살아야 될 지경이다. 망초칼럼은 그나마 과거에 썼던 글을 재탕하거나 인생 경험을 푸는 식으로 소재를 창출하고 있지만, 얼마 안 가 아이디어가 고갈될 것이다. 나는 뭐 때문에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이 모든 게 티스토리를 운영하는 카카오 때문이다. 지들의 광고판을 부착해대면서 내 글의 가독성을 상실하게 만들지만 않았더라도, 내 쥐꼬리만한 수익이 좁쌀 수준까지로 전락(轉落)하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계속 티스토리에만 전념하고 있었을 거다.

이 블로그스팟 또한 5개의 검색엔진에 검색 등록을 하였다. 그러나 과거에 내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할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등록하지 않고도 검색엔진이 알아서 블로그의 글을 수집해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일이 블로그 운영자가 검색엔진 사이트의 검색 도구에 자신의 블로그를 등록해야 되고, 그뿐만 아니라 게시물 주소마다 수동으로 색인을 요청해야 하루 조금 넘어서 검색결과에 뜨게 된다. 가만히 사이트맵만 제출하면 '다음'만 검색에 반영해줄 뿐, 나머지 검색엔진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또한 검색엔진의 취사선택에 따라 어떤 글은 색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몇 개월동안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블로그 운영자는 검색엔진 앞에서 철저한 '을'인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게시물 주소를 남기는 것으로 유입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필자는 검색 유입 말고는 블로그를 키울 방법도 모르고, 우직하게 정공법으로만 승부를 하고 싶으나 현실은 이리저리 잔머리에 능한 자들만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칼럼을 쓰는 시점에는, 구글과 다음에서만 내 블로그스팟이 검색결과에 노출되고 있다. 쓰기 전에 네이버와 빙에 수동으로 색인 요청을 하였으니, 거기도 내일이나 모레 쯤에는 나올지도 모른다. '모른다' 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는 네이버 때문이다. '수집보류' 라는 판정을 내리며 색인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구글의 국내 검색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한들, 여전히 국내의 검색엔진 사용률은 네이버가 1위다. 그래서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렇게 내 블로그의 글 하나마저도 검색엔진에 노출되게 만드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쪽 블로그 업계를 눈여겨 보고 있으면,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만들고 월 몇 백만원 수입을 올리니 뭐니 하는 글들이 판을 친다. 검색 반영의 힘겨움은 철저히 숨기고 있다. 워드프레스를 만들고 글을 쓰면 뭐 하나. 유입이 없으면 벽에 대고 소리치는 것뿐이다. SNS에 링크를 남기는 것? 그건 블로그 운영자가 영업사원 마냥 발품 팔고 돌아다니는 꼴이 아닌가. 정직하게 글쓰기에만 전념하면 쪽박만 차고 망하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노마드인지 경제적 자유인지... 블로그를 집이 아닌 작업장처럼 써먹는, 돈에 눈이 먼 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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