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쓴지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필자는 안경 착용자다. 안경은 초등학교 4학년 즈음부터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필자의 시력은 0.7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 지날 수록 내 시력은 나빠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원인인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어렸을 때 TV를 앞에 바짝 가서 본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지만, 유전일 수도 있다. 아버지도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안경을 착용한 뒤에도 내 시력은 계속 나빠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만 안경을 쓰고, 집에서는 안경을 안 쓰고 생활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로 인해 중학교 1학년 때와 고등학교 1학년·3학년 때, 나는 안경 도수를 높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에 한 번 더 도수를 높였다. 이제는 집에서도 안경을 쓰고 생활하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별로 시력이 나빠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나빠질 시력이 다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본래는 1년에 한번씩 검진이 원칙이지만, 안경 렌즈를 바꾸는 것도 상당한 돈이 든다. 약 5년 전에 바꿨을때는 마모된 안경테까지 교체하느라 몇 십 만원 가까이 돈을 써야했다. 이러나저러나 세상에는 돈 들어올 곳은 별로 없고, 돈 나갈 곳 투성이 뿐이다.

안경테는 지금까지 뿔테 안경 말고는 별로 써본 적이 없다. 안경테도 나름대로 외모를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데, 내 얼굴에 가장 어울리는 건 뿔테 안경 뿐이었다. 그리고 렌즈 형태는 약간 직사각형 느낌의 렌즈가 나에게 적합하다. 동그란 렌즈는 내 얼굴에 비해 너무 큰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안경을 착용하는 데에 있어 단점을 꼽는다면, 그것은 안경테에 김이 서린다든가, 무언가 이물질이 묻을 때에 성가시다는 점이다. 안경점에서 받은 수건은 처음에는 약발이 있는지 렌즈가 잘 닦인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아무리 닦아도 뿌옇게만 될 뿐, 깨끗하게 닦으려면 좀 더 공을 들여서 닦아야 한다. 수건이 더러워져서 그런가 하고 물로 빨은 후에 닦아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휴지로 살살 이물질을 제거하는게 더 깨끗해질 정도다. 다만 휴지로 닦으면 렌즈가 약간씩 긁히는 느낌이 있어서 별로라고 생각한다. 렌즈 세척용 용액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 그런 용액까지 구입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또한, 하나의 안경테를 오랫동안 사용하니까 자꾸 안경테가 흘러내리는 문제가 있다. 다시 눈의 중앙에 렌즈가 오도록 고쳐 써도, 고개를 조금씩 돌리다 보면 또 어느새 흘러 내려가 있다. 이건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건지, 아니면 나만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코받침 쪽이 문제인지, 아니면 안경다리의 힘이 약해져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고민은 안경테를 교체하는 등 안경점에 가서 수리하면 해결되겠지만, 가면 돈만 나갈 뿐이다. 그래서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한 것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안경을 쓴 채로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8년 가까이 됐다. 이제 안경을 벗은 채로 컴퓨터 앞에 앉으면 모니터도 잘 보이지 않는다. 모니터 화면에 20cm 이내로 다가가야 겨우 글자가 잘 보인다. 현재 나의 교정시력은 대략 0.7이며, 그 이상은 눈의 피로로 인해 교정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시력이 낮아서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점이 많다. 시력이 높아서 안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건 행운으로 여겨야 한다. 보조도구 없이 세상 만물이 깨끗하게 보이는 것은, 어쩌면 마음이 깨끗해지는데에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렌즈 값이나 안경테 값 등 추가 비용을 감당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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