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그러니까 2022년 10월 중순부터 필자는 버추얼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버추얼 유튜버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생방송은 유튜브가 아닌 트위치에서 하고, 유튜브 채널에는 그저 생방송의 다시보기 영상만 올리고 있으니, 버추얼 유튜버라기 보다는 버추얼 스트리머라고 보는 게 무방할 지도 모른다.
보통 버추얼 스트리머는 남자보다는 여자 스트리머가 더 많다. 버추얼 방송의 수요층은 남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남자 캐릭터를 쓰는 남자 스트리머 방송보다는, 여자 캐릭터를 쓰는 여자 스트리머 방송에 더 이끌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실제 성별과 다르게 방송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남자 스트리머가 여자 캐릭터로 방송을 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그쪽 업계의 전문 용어로 버미육(バ美肉, Babiniku) 이라고 한다. 버미육은 '버추얼 미소녀 수육(受肉)'의 준말로, '버추얼 미소녀의 육체를 얻다' 라는 의미다. 필자 또한 '버추얼 개망초' 라는 여자 캐릭터로 스트리밍을 하고 있으니 버미육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 된다.
필자가 이러한 활동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과거 티스토리 블로그의 '버미육 도전일기' 라는 연작 게시물에서 밝힌 적 있으나, 첫 번째 이유는 블로그 소재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필자가 선호하는 게임은 스트리밍을 하는 스트리머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고, 세 번째 이유는 스트리밍을 할 때 단순히 게임 화면만 보여주는 건 단조로워서 무언가 장식할 것이 필요해서 였고, 네 번째 이유는...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더 나이 먹고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버미육 도전은 당연히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래도 도전 시작때 나 스스로 약속한 6개월 간의 정규방송은 무사히 마쳤고, 현재는 방송 스케줄도 그냥 내 마음대로 해서 비정기적 방송으로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어딘가에 홍보도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내 방송은 말 그대로 나 혼자서 원맨쇼하는 그런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상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버추얼 세계도 결국은 현실 세계에 종속되어 있는 듯하다. 재력이 많고, 외향적일 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저 자신이 버추얼 유튜버 활동을 하고 싶어서, 자신의 버추얼 캐릭터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그런 마음가짐 하나만으로는 고독한 방송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방송은 외롭고 고독한 길이라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이 이 바닥의 현실인 것이다.
비록 필자는 X(트위터)와 같은 SNS를 하지는 않지만, 파킹(parking)용 계정을 만들어 놓기는 하였다.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그런 행동만 하지 않을 뿐, 버추얼 스트리밍 업계의 이슈들을 파악할 때도 있다. 그럴 때에 가끔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거나, 타 스트리머 등 인간관계의 문제 때문에 울분을 토하는 스트리머들을 보기도 한다. 그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다들 내색만 하지 않는 것일뿐, 이 바닥도 나름대로 힘든 구석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인간관계와 인습(因襲) 등에 치여서 버추얼 세상에 마음이 이끌린다 해도, 결국 버추얼 세상도 현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메타버스의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