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재개발을 할 수 없다

예전에 MBC에서 방영했던 '무한도전'의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이 생각난다. 그 특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바로 '오쇠삼거리' 장면이었다. 멤버들이 해당 장소에서 익살맞은 행동을 했기 때문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해당 장소의 을씨년 스러운 풍경 때문에 더욱 필자의 인상에 깊이 남은 것 같다.
오쇠삼거리 지역은 과거에는 나름 번성했으나, 근처의 김포공항으로 인해 갈수록 쇠락해갔고, 현재는 어떤 건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과거의 건물들이 철거되긴 하였으나, 재개발은 되지 않고 황무지로 남겨진 것이다.
그럼 재개발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통 재개발 계획 수립 때 까지는 세입자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계획 수립 후 관리처분 계획 인가가 이루어지면 그때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세입자들은 약간의 이사 비용과 보상금을 받고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 사람들이 떠난 건물들은 철거 집행때까지 황폐화된 채로 남아있게 된다. 건물 벽에는 번지 수 또는 '철거' 등의 글씨가 빨간 락카로 새겨지고, 관리처분인가 통지문이 붙기도 한다. 사람의 출입을 막기 위해 출입금지 띠가 건물을 둘러싸기도 한다. 그리고 철거 집행일이 되면 낡은 건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황무지에는 아파트 같은 최신 건물이 들어서고, 입주가 시작되면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모두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태반이다. 
재개발로 인해 밀려난 원주민들이 다시 해당 지역에 복귀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원주민 재입주율' 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20% 라는 퍼센트 수치가 많이 보인다. 새 아파트의 값을 감당하지 못 하기 때문에 그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실거주 또는 월세 소득을 위해 아파트를 매입한 집주인들과, 일자리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셋방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입자들로 채워진다.
새로운 것은 건물과 집주인, 세입자 뿐만이 아니다.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 기존의 골목길, 도로 또한 확장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카카오의 로드뷰나 네이버의 거리뷰로 과거 사진을 찾아볼 수 있으나, 소실된 도로는 업데이트를 통해 경로가 삭제되기 때문에, 서버에 찍은 사진이 남아있다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가 접근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추억 속의 골목길은 예전에 무심코 찍어두었던 사진으로만, 혹은 머릿 속 한 구석에만 남게 되고, 세상에서 영영 찾을 수 없게 되버린다.
과거의 기억에 어렴풋이 남은 장소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말 그대로 21세기의 실향민이나 다름없다.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현재도 똑같은 풍경인, 전혀 발전 없는 고향의 모습에 탄식이 나온다면,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과거와는 다른 풍경인, 추억 속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현재의 모습에 쓸쓸함을 느끼지 않을까. 필자가 출생한 뒤 지금까지 거주했던 집들은 모두 재개발 지구에 묶여있는 상태다. 그 중 한 곳은 이미 철거된 뒤 신축빌라로 변했고,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몇 년 후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필자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모든 것은 추억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되겠지. 추억은 재개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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