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잠을 자면 깊이 잘 수가 없다. 꿈을 꾸는 것이다. 그런데 일어나고 보면 무슨 꿈을 껐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설령 기억이 난다해도 꿈 속의 내용은 지리멸렬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어서, 말로도 글로도 설명하기가 곤란할 따름이다.
그런데 꿈이라는 말은 인간의 수면 활동이 아닌, 장래희망을 지칭할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들을 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자랑스럽게 '나는 무엇무엇이 되고 싶다'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저 컴퓨터 관련 직업, 회사원, 공무원 뭐 그런 뻔한 직종의 이름을 대면서 둘러대기에 바빴다. 사실 나는 그러한 직종들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무슨 직업을 가질지는 나중에 알아서 될 거라는 식으로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지금, 그때 무시했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제는 빚을 독촉하는 빚쟁이 마냥 과거에 결정을 보류했던 대가가 나를 끊임없이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거창한 것만이 꿈은 아닐 것이다. 소박한 것도 꿈이라고 칭하면 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창한 꿈도, 소박한 꿈도 없다. 무엇을 꿈이라 칭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퇴화되고 있어서 그런가. 망초칼럼도 한 7편 정도 쓰니까 이젠 무엇을 주제로 아무말 대잔치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 횡설수설 하면서, 자동 기술법 처럼 글을 쓰는 것도 한계가 온 것일까.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글쓰기에도 소질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내가 잘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회의감이 든다. 아 그렇지.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내가 할 말이 없었던 것처럼, '당신의 특기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도 나는 별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특기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다. 이제 와서 고민해도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만 하면서 살아가면 그걸로 좋을지도 모른다. 돌이키기엔 늦었다. 모든 것이 늦었다.
처음에 망초칼럼을 시작할때는 글쓰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니까 한 30편이고, 60편이고 계속 연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소재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한다니... 아이러니하다.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소재가 어렴풋이 떠오를 때도 있는데, 막상 이 블로그를 열고 글을 쓰려고 하면 소재가 생각이 안 난다. 결국 이것도 내 적성에 안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버추얼 스트리밍에도 도전했으나 사실상 쪽박을 찼는데, 블로그 또한 카카오에 대한 불신으로 괜히 사막같은 블로그스팟에 쓸데없는 시간 낭비, 바이트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할 시점이다. 어차피 애드센스 수익은 각 잡고 수익형 블로그를 해대지 않는 이상 쥐꼬리만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텐데 말이다. 이렇게 한다고 글쓰기 연습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나의 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는 커녕, 현실의 문제들을 상대하기에도 벅차다. 꿈을 꾸는 일 없이 자꾸만 깊이 자고 싶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