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

필자의 인생 애니메이션을 꼽는다면, 뭐니뭐니해도 '개구리 중사 케로로' 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케로로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건, 2005년 1월 투니버스 신작 라인업 CM을 보고 나서였다. 그 특유의 그림체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나는, 그 해 9월 투니버스 첫 방송 전에 일판 영상을 다운받아 보거나, 네이버 블로그·카페 등에 올라온 케로로 정보를 확인하는 등 여러가지로 케로로에 심취한 상태였다.

당시에 필자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케로로 일판 영상을 캡처해서 올리는 활동을 주로 했었다. 케로로의 열풍에 힘입어 방문자수는 폭증하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투니버스 첫 방송 후에 개설된 케로로 미니홈피 사이트를 내 블로그로 착각해서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당시의 케로로 미니홈피 사이트는 투니버스가 온투니버스닷컴(ontooniverse.com)에서 투니랜드(tooniland)로 사이트 개편을 한 뒤 소실되었다. 인터넷 아카이브 사이트에서는 입구 화면만 볼 수 있을 뿐, 들어갈 수는 없다.

이렇게 케로로에 대한 열풍이 계속되자, 나는 블로그가 아닌 카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케로로를 다루는 카페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2005년 10월 29일, 현재 '네이버 케로로 포럼'의 전신인 '개구리 중사 케로로 [공식카페]'가 탄생하였다.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을 취급하는 카페에 '공식카페'라는 명칭을 다는 게 멤버를 유입시키는 마케팅 요소였다.

아무튼 이 '공식카페'는 이듬해인 2006년 2월 10일에 '케로로 소대 지구 침략 NO.1 카페' (약칭 케소지침) 로 개명하였고, 2011년 1월 10일부터는 '케소지침'과 '케로로 포럼'의 명칭을 혼용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10월 29일, 지금의 '네이버 케로로 포럼'으로 개명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올해 10월 29일이 되면, 케로로 포럼의 설립 18주년을 맞게 된다. 앞으로 2년 더 있으면 20주년이다. 지금까지 카페를 운영하면서... 솔직히 내 운영 실력이 우수하다고 자평하지는 못하겠다. 현재는 카페 내 사건사고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엄청난 일들이 많았다. 지금도 회원간의 분쟁이 있을때는 머리를 싸매게 된다. 하지만 운영을 그만두거나, 폐쇄할 수는 없었다. 카페 설립 당시에 그렇게 많았던 케로로 카페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유령 카페로 전환되었고, 사실상 네이버 카페 중에서 꾸준히 글이 올라오는 케로로 카페는 '케로로 포럼' 말고는 전무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사라지면 안 그래도 얼마 없는 대한민국 내 케로로 팬덤층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카페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내 인생에서 떼고 싶어도 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케로로 애니메이션이 종영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안타깝게도 애니메이션 부활 소식은 지금도 들려오지 않는다. 케로로 작가인 '요시자키 미네'가 '케모노 프렌즈'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으킨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는 케로로 애니 부활에 대해 사실상 기대를 접었다. 케로로에 대한 열망도 어렸을 적에 비해선 많이 식었다. 지금은 그저 한 달에 한 번, 원작 만화가 코믹워커(comic-walker)에 연재되면 그걸 번역·식자하는 것으로 겨우 케로로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케로로가 나의 인생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아슬아슬한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미네 작가가 케로로를 절필(絕筆)할 때까지는 가 볼 생각이다. 또는 네이버가 돌변해서 카페 서비스를 종료할 때까지 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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