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박카스에 중독되어도, 사라지기 전에 데이터를 구해내야 한다.

(출처 : 위키백과 - Digital hoarding)


오랜만에 다시 칼럼을 써보고자 한다. 며칠 전 갑자기 비가 내리더니 아침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그 전에는 낮에 20도를 넘나들더니만, 손바닥 뒤집듯이 공기의 온기가 뒤바뀌어 버렸다. 이렇게 날씨는 격변하고, 모기떼들은 '내 세상이다~' 하면서 잠 잘때마다 내 귓가에 거슬리는 소음을 낸다. 운 좋게 잡았다고 해도, 무슨 보초 서는 것마냥 얼마 안 있다 또 다른 놈이 귓가에 와서 윙윙거린다. 여름에는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쳤다면, 늦가을에는 모기 놈들 때문에 잠을 자기가 힘들다.

그러한 사정 때문에, 최근의 나는 커피나 박카스에 점점 중독되어 가고 있다. 과거에도 꾸준히 즐겨 마셨지만, 요즘은 마시는 빈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커피는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마시며, 박카스는... 이틀에 한 번씩 마시는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몸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서 커피를 마신 날에는 박카스를 마시지 않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점점 커피와 박카스를 같이 마시게 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마셨다. 그런데 평소와는 좀 다르다. 몸살이라도 난 것 같이 오히려 더 피곤해졌다. 부작용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내가 커피나 박카스를 달고 살게 된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고 본다. 그건 아마도... 이 블로그스팟의 개간(開墾)으로 인해 쌓인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지난 달부터 나는 '더빙 애니 창고'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여름, 갑자기 귀신에 홀린듯이 웹하드를 털어서 구한 희귀한 더빙 애니들을 창고처럼 이 블로그스팟에 차근차근 쌓아두는 계획이다. 원래 계획은 블로그스팟이 아닌 'D******' 라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넣어두는 것이었으나,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를 보완하느라 현재의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여기 블로그스팟의 검색 유입을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하지만 거의 한 달 가까이 이렇게 작업하니까... 너무나도 힘들다. 아직도 작업이 필요한 더빙 애니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 계획이 언제쯤 끝날지 알 수도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아깝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도 하고, 내가 작업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인터넷 상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나 카카오TV 쪽에 올려진 애니들은 지금은 무사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저작권 단속이라는 철퇴를 맞고 시청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웹하드 또한 통합이나 서비스 종료 등의 이슈가 있으니 안심할 수 없다. 클럽박스의 갑작스러운 폐쇄가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다.

물론 내가 하는 이런 작업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떳떳한 일은 아니다.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 그저 구해내고 싶었다. 판권이 만료된 애니메이션의 상당수는 거의 판권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저작권 단속으로 사라지고, 판권 만료로 인해 사라져서 시청자의 기억 속에만 남는다는 것... 그건 정말로 슬프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내 건강에 지장을 초래해가면서 오늘도 작업을 하였다. 천만다행으로 약간의 유입이 생겼고, 아직까지 구글 측이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내가 한 달 가까이 한 작업들이 결코 헛된 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라지기 전에 구해내야 한다는 강박, 사실상 '데이터 호더(Data Hoarder)'가 되어버린 나를 되돌아보며, 오랜만에 쓴 칼럼을 여기서 마친다.

1 댓글

  1. 로스트 미디어를 살려내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자료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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