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망초칼럼을 쓰고자 한다. 토해내야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본래 내일. 그러니까 12월 24일 밤에는 KBS2에서 성탄 특선으로 '스즈메의 문단속' 을 방영할 예정이었다.
나는 해당 소식을 접한 뒤 알람까지 설정하는 등 본방 사수 준비를 하였다. KBS가 자막판을 방영할 지 더빙판을 방영할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상파 채널에서 아동용이 아닌 작품을, 그것도 한일 합작이 아닌 순수 일본산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일은 근래 들어 거의 없었다. EBS의 '크로스 게임' 첫 방영이 2010년 7월이었으니, 거의 15년 가까이 지난 셈이다. 이러한 이벤트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시청 준비까지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편성이 '30일'이라는 국산 코미디 영화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럼 KBS가 일부러 거짓 편성을 했던 것일까? 아니다. 아마 지상파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다는 것 자체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 아. 정정한다. 사람이라고 불러주기도 싫다. '놈' 이라는 표현도 아깝지만 그냥 '놈들' 로 정정하겠다. 그놈들의 수작일 것이다.
1990년대는 YWCA 같은 단체가 만화의 폭력성이 자라나는 아동에게 악영향을 주네 뭐네 하면서 지상파의 일본 애니메이션 방영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시기였다. 겨우 방영이 이루어진 애니메이션도 온갖 검열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다. 지금은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났는데, 지상파 쪽은 오히려 더욱 후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에서 극장 개봉도 이루어졌으며, 같은 감독이 제작한 이전 작품들의 흥행에 힘입어 일반인들에게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애니메이션이다. 따라서 KBS의 편성이 무리한 편성이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자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불쾌하단 것인가.
답은 뻔하다. 정치병에 찌들었기 때문이다. 현 KBS 사장이 사장직에 오른 이유가 대*령에게 아첨을 잘 떨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정부는 기존 정부와 달리 일본에게 우호적인 (알아서 기는 듯한) 외교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일본 친화적인 현 정부의 외교, 그 정부에 부역하는 KBS, 그런 KBS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다' 라는 환장의 3단 구조가 갖춰지게 된다. 정치병자들은 'KBS가 친일행위를 한다' 라는 주화입마에 빠져서 고객센터로 온갖 항의질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KBS는 이에 굴복하여 방영 하루 전에 편성을 바꾸게 된 것이다.
유감스러운 걸 넘어 분하기 짝이 없다.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 방영 불발 사태는 90년대에 수입 애니메이션들이 당해온 일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30년이 지난 2020년대에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될 줄은 몰랐다. 국내 극장에서 개봉까지 할 정도라면 TV 전파를 타는 것 또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폭력성이 높은 영화도 약간의 검열 처리만 거친 뒤 지상파에서 잘만 방영되곤 한다. 굳이 '스즈메의 문단속' 에게만 무거운 잣대를 들이댈 이유가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치적인 일로 간주하는 정치병자들은 연예인들에게도 집적대더니, 이젠 애니메이션에게도 더러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KBS의 정파성에 대해서는 나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건 시사 프로그램도 아닌 애니메이션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이 작품을 불방시킬 이유가 전혀 없단 말이다.
이러한 놈들에게 굴복한 KBS도 한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세일러문 수입하던 시절의 패기는 어디로 갔나? 수신료가 아깝다. 이럴거면 아예 편성을 잡지도 말든가. 괜히 희망고문이나 하게 만들고 말이야...